
일본 스시 여행을 계획하면서 도쿄나 오사카만 떠올렸다면, 한 번쯤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도야마만에서 갓 잡아 올린 해산물로 만드는 스시는 일본 내에서도 손꼽히는 수준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저도 직접 확인하러 갔는데,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기대 이상으로 깊은 인상을 받았고, 돌아오는 신칸센 안에서도 자꾸 생각날 정도였습니다.
도야마 스시, 어디서 어떻게 먹어야 하는가
도야마역 근처에 1948년에 문을 연 노포 스시집이 있습니다. 예약을 받지 않고 당일 현장 접수만 하는 곳인데, 저는 아침 9시 40분에 도착해 세 번째로 이름을 올릴 수 있었습니다. 첫 타임에 들어가려면 무조건 일찍 가야 합니다. 이걸 모르고 느지막이 갔다가 긴 대기에 발목 잡히는 분들이 많으니, 도야마 스시 여행에서 조조 입장 전략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입니다.
이 집의 특징 중 하나가 샤리(シャリ)에 있습니다. 샤리란 스시에서 식초를 섞어 간을 한 밥 부분을 가리키는 용어인데, 도야마산 쌀을 쓰는 곳은 도쿄에서 흔히 접하는 공기를 머금어 혀 위에서 가볍게 풀리는 식감과는 전혀 다릅니다. 찰밥처럼 쫀득하고 묵직한 느낌이어서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는 점은 미리 알아두는 게 좋습니다. 저는 그 찰진 식감 덕분에 생선 고유의 단맛이 더 오래 입안에 머문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도야마만 스시란 도야마만에서 잡은 제철 어종만을 사용해 만드는 스시 스타일을 말합니다. 계절마다 대표 어종이 바뀌는데, 저는 시로에비(흰새우)와 베니즈와이가니(홍게)의 철이 겹치는 시기에 방문해 두 가지를 모두 즐길 수 있었습니다. 특히 시로에비는 달콤하고 고급스러운 단맛이 혀를 내두를 정도였고, 베니즈와이가니는 촉촉한 게살과 짙은 게향이 한 알에 다 담겨 있었습니다. 한 점씩 천천히 음미하지 않으면 아깝다는 생각이 드는 스시였습니다.
도야마만은 수심이 깊고 해저 지형이 복잡하게 형성되어 있어 다양한 어종이 서식한다고 알려져 있으며, 이는 도야마 스시의 다채로운 재료 구성으로 이어집니다.([출처: 도야마현 관광진흥실])
마스즈시, 겉모습만 보고 판단하면 실망합니다
마스즈시는 도야마의 명물 향토 음식입니다. 마스즈시란 소금과 식초에 절인 송어를 초밥 위에 올린 뒤 대나무 잎으로 감싸 나무틀에 눌러 숙성시킨 누름 초밥의 일종입니다. 편의점이나 역 매점에서도 쉽게 살 수 있어서 대수롭지 않게 여길 수 있는데, 전화 예약만 받는 오기이치 같은 전문점 제품과 비교해 보면 그 차이가 명확하게 느껴집니다.
제가 직접 두 가지를 비교해 봤는데, 돌아다니다 영업 중인 가게에서 아브리 한 마스즈시를 하나 사서 먹은 날 저녁과, 다음 날 신칸센에서 오기이치 제품을 꺼내 먹는 순간의 차이는 확실했습니다. 동행했던 사람도 "어제 먹은 건 영 아니네"라고 하더라고요. 그 정도로 전문점 마스즈시는 결이 달랐습니다.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식감이었습니다. 외모는 연어 초밥처럼 부드러워 보이는데, 앞니로 깨무는 순간 송어살이 튀어 오를 듯한 탄력이 느껴집니다. 숙성을 거친 어육 특유의 조직감 덕분인데, 어육이란 생선의 근육 조직을 가리키는 말로, 숙성 과정에서 단백질이 분해되며 감칠맛과 탄력이 동시에 높아지는 원리입니다. 송어에서 스며 나오는 은은한 기름기와 식초향의 밸런스가 찰진 밥과 잘 어울려서, 먹고 나서 왜 두 개만 샀을까 후회가 밀려올 정도였습니다.
단, 생선 비린 향에 민감한 분이라면 숙성된 송어의 향이 부담스러울 수도 있습니다. 이 향을 생선 고유의 풍미로 즐길 수 있는 분이라면 반드시 시도해보셔야 하는 음식입니다.
블랙라멘과 이자카야, 도야마 저녁의 진짜 얼굴
도야마 블랙라멘(富山ブラックラーメン)이란 검은 간장 베이스의 국물에 굵은 면을 넣어 낸 도야마 특유의 라멘 스타일로, 1947년 창업한 타이키가 원조로 알려져 있습니다. 블랙라멘이 탄생한 배경에는 도야마 노동자들이 짠 반찬이 필요해서 일부러 간을 강하게 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집니다.
후기를 찾아보면 입술이 오그라들 정도로 짜다는 말이 많아서 솔직히 좀 무서웠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먹어보니 제 예상과 달리 저한테는 딱 맞는 취향이었습니다. 진한 간장 감칠맛이 식욕을 돋우고, 탱글한 면이 국물을 빨아들여 한 올씩 씹을 때마다 풍미가 터져 나왔습니다. 세트로 나오는 흰밥과 함께 먹으면 차슈가 고기반찬 역할을 해서 밥이 술술 넘어갑니다. 짠 음식이 힘드신 분은 절대 비추지만, 그 반대라면 중독성에 대한 소문이 헛소문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될 겁니다.
이자카야에서는 제가 이번 여행에서 가장 기억에 남은 메뉴를 만났습니다. 로바타야키란 숯불을 가운데 두고 재료를 직접 구워 내는 방식으로, 식재료에 숯불 향이 배는 것이 특징입니다. 그 방식으로 구운 정어리가 압도적이었는데, 씹는 순간 기름이 흐를 정도로 촉촉하고 껍질은 짭조름하게 구워져 있었습니다. 다 먹고 나면 남은 뼈를 그대로 기름에 튀겨줍니다. 이 뼈튀김이 마지막에 방점을 찍는 메뉴였는데, 맥주와의 궁합이 완벽했습니다.
도야마 이자카야 방문 시 놓치지 말아야 할 메뉴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숯불 구이 정어리 + 뼈튀김 (로바타야키 집 추천)
- 가리비와 밤을 섞은 고로케 (겉은 바삭, 속은 쫄깃하고 고소함)
- 시로에비 덴푸라 (철이 맞을 때 반드시 시도)
- 문어묵 튀김 (해산물 풍미와 어묵의 단맛이 조화로움)
도야마 여행에서 실수하지 않으려면
도야마 여행에서 가장 많이 당하는 실수가 현금 준비를 소홀히 하는 것입니다. 제가 방문한 스시 노포, 마스즈시 전문점, 이자카야 중 상당수가 현금 결제만 받았습니다. 도쿄나 오사카에 비해 카드 사용이 어려운 곳이 유독 많다는 점은 여행 전에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넉넉히 챙겼다고 생각해도 하루이틀 지나면 부족할 수 있으니 여유 있게 준비하는 것이 좋습니다.
미쿠리가 연못이나 다테야마 알펜루트처럼 자연경관이 뛰어난 곳을 여행에 포함한다면 사전 티켓 예매가 필수입니다. 다테야마 알펜루트란 해발 2,450m까지 전철·케이블카·버스를 이용해 이동하는 일본의 대표적인 산악 관광 루트로, 날씨가 시시각각 변하기 때문에 겉옷을 반드시 챙겨야 합니다. 오전에 화이트아웃 상태였다가 오후에 개이면서 절경이 펼쳐지는 경험을 하기도 했는데, 그때의 감동은 스마트폰 카메라로는 도저히 담을 수가 없을 정도였습니다.
도야마는 화려하거나 번잡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음식 하나하나가 깊은 인상을 남기는 도시입니다. 스시, 마스즈시, 블랙라멘, 이자카야의 숯불 구이까지 하나씩 제대로 챙겨 먹다 보면 일정이 금세 꽉 찹니다. 일식을 좋아하는 분이라면 도야마는 한 번 다녀온 뒤 왜 더 길게 있지 않았나 후회하게 되는 도시입니다. 여행 전 현금 준비와 인기 맛집 오픈 런 계획만 잘 세워두면, 나머지는 도야마가 알아서 채워줄 것입니다.
2026.05.01 - [분류 전체보기] - 일본 도야마 여행 (해산물, 절경, 유리미술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