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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도야마 여행 (해산물, 절경, 유리미술관)

by 창고를지키는냥 2026. 5. 3.

일본 도야마 여행 (해산물, 절경, 유리미술관)
일본 도야마 여행 (해산물, 절경, 유리미술관)

일본 소도시 여행이라고 하면 교토나 나라 정도만 떠올리지 않으셨나요? 저도 그랬습니다. 그런데 도야마역에 내리는 순간, 그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깨끗하게 정비된 거리 너머로 북알프스 설산이 그대로 보이는 그 첫 장면은, 솔직히 예상 밖이었습니다.

비린 생선은 도야마에 없다 — 해산물 미식 도시의 실체

일반적으로 신선한 해산물 하면 오사카나 홋카이도를 먼저 떠올리는 분들이 많습니다. 저도 도야마의 스시집에 들어서기 전까지는 반신반의했습니다. 그런데 첫 입에 그 편견이 무너졌습니다. 연어 특유의 비린내가 하나도 없었고, 생선 본연의 감칠맛만 깔끔하게 남았습니다. 제 경험상 이건 분명히 다른 도시와 달랐습니다.

도야마의 해산물이 이렇게 신선한 이유는 구로시오 해류와 깊은 관련이 있습니다. 구로시오 해류란 일본 열도 서쪽을 따라 흐르는 난류로, 도야마만의 풍부한 어장을 형성하는 핵심 요인입니다. 여기에 더해 도야마만은 수심이 깊은 피오르드형 만 구조를 가지고 있어, 심층수와 표층수가 교차하는 용승류현상이 활발하게 일어납니다. 용승류란 깊은 바다의 차갑고 영양이 풍부한 물이 수면 위로 올라오는 현상으로, 어류가 살찌우는 천혜의 조건을 만들어냅니다.

도야마를 대표하는 특산물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시로에비(흰새우): 도야마만에서만 잡히는 희귀 새우로, '도야마만의 보석'이라 불립니다. 작은 새우를 덮밥으로 즐기는 것이 현지 방식입니다.
  • 방어(부리): 겨울철 지방이 오른 대방어 덮밥은 현지인들도 줄 서서 먹는 메뉴입니다.
  • 스시 코스: 오픈 전부터 웨이팅이 길게 늘어서는 스시집들이 시내 곳곳에 있습니다.

저는 우니 빠진 66,000원짜리 코스를 먹었는데, 조금 아쉬웠습니다. 다음에 간다면 우니가 포함된 상위 코스를 선택할 생각입니다.

노면전차와 유리미술관 — 도시 자체가 전시장인 풍경

도야마가 단순히 '먹는 도시'라고만 생각하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도심을 걷는 것 자체가 이 여행의 절반이라고 생각합니다. 도야마시는 노면전차, 즉 트램을 도시 재생의 핵심 교통수단으로 적극 활용하고 있습니다. 트램이란 도로 위에 깔린 레일을 따라 운행하는 소형 전차로, 도야마에서는 시내 주요 관광지를 빠짐없이 연결합니다. 할인 패스를 호텔에서 받을 수 있어 이동비도 크게 절약됩니다.

트램을 타고 도착한 도야마 시 유리 미술관은 2015년 개관한 비교적 신생 시설이지만, 건물 자체가 이미 작품입니다. 세계적인 건축가 구마 겐고가 설계한 이 건물은 목재 루버와 유리를 교차 배치한 파사드가 특징입니다. 파사드란 건물의 정면부를 뜻하는 건축 용어로, 이 미술관의 경우 외부에서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예술적인 경험을 줍니다. 2005년 개관한 별관 포함 유리로 만든 바닷속 터널, 어두운 방 안의 낡은 배, 유리구슬로 가득한 설치 작품들이 이어집니다. 저는 평소 현대 미술관을 딱히 좋아하는 편이 아닌데, 여기는 달랐습니다. 어두운 전시실을 지날 때 그 몰입감이 꽤 오래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도야마시는 '콤팩트 시티' 전략을 국가적 모델로 추진하고 있는 도시이기도 합니다. 콤팩트 시티란 도시 기능을 중심부에 집약시켜 대중교통으로 생활이 가능하도록 설계하는 도시계획 개념입니다. 실제로 걸어 다니다 보면 불필요한 공간이 없고, 공원과 카페와 역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구조라는 게 체감됩니다. 이러한 도야마의 도시 재생 사례는 국토교통성도 공식 성공 사례로 소개하고 있습니다.([출처: 일본 국토교통성])

아마하라시 해안과 노을 — 설산이 바다와 만나는 장소

일반적으로 '바다'와 '설산'이 동시에 보이는 풍경이라고 하면 북유럽 피오르드를 먼저 떠올리지 않으십니까. 그런데 아마하라시 해안에 서면 바로 앞 일본해 너머로 다테야마연봉의 설산이 한눈에 펼쳐집니다. 저는 그날 날씨가 흐려 설산이 완전히 보이지 않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자리에 한참 서 있었습니다. 날씨가 맑았다면 어땠을까, 지금도 가끔 그 생각을 합니다.

아마하라시역은 만요슈에도 등장하는 유서 깊은 해안가 역입니다. 만요슈란 8세기에 편찬된 일본 최고의 와카 시가집으로, 이 해안의 아름다움이 당시부터 기록될 만큼 오래된 절경임을 의미합니다. 역 플랫폼 자체가 사진 명소가 되어 많은 사람들이 열차가 지나는 타이밍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그 광경도 꽤 인상적이었습니다.

도야마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갓쇼즈쿠리 마을인 고카야마, 아이노쿠라와도 가깝습니다. 갓쇼즈쿠리란 두 손을 합장한 형태를 닮았다 하여 붙여진 독특한 급경사 초가지붕 건축 양식으로, 실제 주민이 거주하는 살아있는 민속촌이라는 점에서 희귀합니다. 유네스코는 이 마을군을 탁월한 보편적 가치를 지닌 세계유산으로 1995년 등재했습니다.([출처: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

저녁 운하 산책로에서 장터를 구경하다가 생면부지의 상인 아저씨에게 반지를 선물로 받았습니다. 황당하기도 했고 웃기기도 했는데, 그게 도야마라는 도시의 온도였습니다. 노을이 주황빛으로 거리를 물들이던 그 시간에, 공연하는 분의 열기와 이를 지켜보는 사람들의 표정이 더해지면서 묘하게 감동적인 기분이 들었습니다.

도야마는 쇼핑할 곳은 많지 않습니다. 흔한 아웃도어 브랜드 매장도 찾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그 덕분에 오히려 눈이 경치로만 향하게 되는 도시입니다. 제가 지금까지 다녀온 일본 소도시 중에서 가장 오래 머물고 싶다는 생각이 든 곳이었습니다. 다음 방문에서는 구로베 협곡 열차와 다테야마 알펜루트까지 일정에 넣을 생각입니다. 도야마를 처음 계획하신다면, 최소 2박 3일은 잡으시길 권합니다. 하루로는 아깝습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KYebBWGOO8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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