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콩 1박 2일, 가장 먼저 막히는 건 관광지가 아니라 교통카드입니다. 현금 없이 도착했다가 옥토퍼스 카드 충전도 못 하고 공항에서 30분을 헤맸다는 이야기는 제 주변에서도 한두 번이 아닙니다. 실제로 홍콩은 카드 결제가 안 되는 곳이 생각보다 많아서, 준비 없이 가면 첫 한 시간이 그냥 날아갑니다.
옥토퍼스 카드, 도착하기 전에 해결하세요
옥토퍼스 카드란 홍콩의 대중교통과 편의점, 음식점 등 거의 모든 곳에서 사용 가능한 선불형 교통 카드입니다. 쉽게 말해 홍콩판 티머니인데, 충전하려면 현금이 필수입니다. 신용카드나 체크카드로는 자동 충전이 되지 않는 단말기가 아직 많습니다.
제가 직접 써봤는데, 공항 편의점에서 구매를 시도했다가 없다는 말을 듣고 ATM을 찾아 30분 넘게 헤맨 적이 있습니다. 구글 지도가 잘 안 맞아서 ATM 위치를 못 찾다가 결국 땀을 뻘뻘 흘리며 겨우 현금을 뽑았습니다. 이 경험이 너무 강렬해서 지금은 출발 전에 무조건 모바일 옥토퍼스 앱으로 미리 발급받습니다.
모바일 옥토퍼스는 스마트폰 NFC 기능을 활용해 실물 카드 없이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입니다. 홍콩 공항에서 체크인하기 전, 한국에서 미리 설치하고 발급받아 두면 도착 즉시 버스를 탈 수 있습니다. 홍콩 관광청 공식 자료에 따르면 옥토퍼스 카드는 홍콩 전체 대중교통의 95% 이상에서 통용됩니다. [출처: 홍콩관광청]
홍콩 현지에서 현금 없이 당황하지 않으려면 출발 전 이 세 가지를 꼭 확인하세요.
- 모바일 옥토퍼스 앱 사전 설치 및 발급
- 현금 HK$500 이상 환전 후 지참 (현금 전용 식당, 노포 대비)
- ATM 수수료를 고려해 HSBC 또는 항셍은행 ATM 우선 이용
타이오 마을, 로컬 버스로 가는 이유가 있습니다
타이오 마을은 란타우 섬 서쪽 끝에 위치한 수상 가옥 마을입니다. 수상 가옥이란 수면 위에 기둥을 세워 지은 집으로, 타이오 마을의 경우 100년 이상 된 어촌 공동체가 현재까지 생활을 이어가고 있어 홍콩의 원형에 가장 가까운 풍경을 보여줍니다.
가는 방법은 두 가지입니다. 핑360 케이블카를 타고 옹핑 마을을 경유하는 루트, 그리고 로컬 버스를 타고 구불구불한 산길을 넘어가는 루트입니다. 케이블카는 편도 HK$135 안팎으로 한화 2~3만 원대인 반면, 로컬 버스는 HK$10 정도, 약 1,700원 수준입니다. 가격 차이만 스무 배 가까이 납니다.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케이블카 뷰가 좋다는 건 맞는데, 로컬 버스를 타고 굽이굽이 산길을 넘어가는 그 과정 자체가 꽤 재밌습니다. 버스가 흔들릴 때마다 웃음이 터지고, 창밖으로 보이는 란타우 섬의 녹지와 바다가 번갈아 나타납니다. 무엇보다 마을에 도착했을 때의 온도감이 다릅니다.
타이오 마을에서 인상 깊었던 건 아침 어시장이었습니다. 배 위에서 직접 잡아 온 생선을 파는 어민들, 그걸 사러 나온 동네 주민들의 풍경이 마치 다른 나라에 온 것 같은 느낌을 줬습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베트남 메콩강 유역의 수상 시장과 분위기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홍콩 안에 이런 마을이 있다는 게 신선했습니다.
완탕면, 로컬과 미슐랭 사이의 차이
완탕면은 홍콩식 국수 요리로, 얇은 새우 만두인 완탕을 얇고 탄력 있는 계란면과 함께 맑은 육수에 담아내는 음식입니다. 홍콩 음식 문화의 핵심 중 하나로, 현지인들이 아침 식사로 즐겨 먹는 서민 음식이자 미슐랭 가이드에도 이름을 올린 요리이기도 합니다.
타이오 마을에서 먹은 완탕면은 솔직히 제 입맛에는 좀 거칠었습니다. 만두피 안에 흑도가 껴 있기도 했고, 국물이 조미료 없이 진짜 재료 그 자체의 맛이었습니다. 저는 조미료와 강한 양념에 익숙한 한국인 입맛이라 이걸 "야생의 맛"이라고 밖에 표현할 수가 없었습니다. 노포 음식 특유의 깊이를 사랑하는 분들이라면 분명 다르게 느끼실 겁니다.
그런데 센트럴 미슐랭 완탕면은 차원이 달랐습니다. 면발이 탄탄하고 국물이 담백하면서도 깊었습니다. 제가 직접 먹어봤는데, 아침에 먹은 것과 비교가 되면서 "같은 메뉴인데 이렇게 다를 수 있구나" 싶었습니다. 미슐랭 가이드란 타이어 회사 미슐랭이 발간하는 레스토랑 평가 지침서로, 별 1~3개를 받은 식당은 그 자체로 전 세계 미식가들의 검증을 받은 곳으로 인정받습니다. 홍콩은 아시아에서 미슐랭 스타 밀집도가 가장 높은 도시 중 하나입니다. [출처: 미슐랭 가이드]
주문 후에 현금이 없다는 걸 뒤늦게 알아챈 것도 이 식당에서였습니다. 다행히 근처에 계신 한국분이 현금을 바꿔 주셔서 위기를 넘겼는데, 홍콩 현지 식당의 상당수가 캐시 또는 옥토퍼스 카드만 받는다는 걸 이때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피크트램과 야경, 효율적으로 즐기는 방법
피크트램은 홍콩 센트럴에서 빅토리아 피크 정상까지 운행하는 케이블카 방식의 등산 열차입니다. 케이블카 방식이란 경사진 지형에서 케이블을 이용해 차량을 끌어올리는 철도 시스템으로, 경사가 급한 구간에서도 안정적으로 운행할 수 있는 게 특징입니다. 홍콩 피크트램은 1888년부터 운행을 시작해 130년이 넘은 역사를 자랑합니다.
현장에서 줄을 서면 1시간 넘게 기다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모바일 앱이나 공식 사이트에서 미리 티켓을 구매하면 발권 줄을 건너뛰고 바로 탑승 대기줄로 들어갈 수 있습니다. 제가 직접 써봤는데, 이것만으로 30분 이상 아꼈습니다.
정상에서 내려올 때는 버스 15번을 추천합니다. 피크트램을 다시 타고 내려오는 것보다 굽이치는 산길을 버스로 내려오면서 도심의 야경을 다른 각도에서 볼 수 있습니다. 저는 처음 홍콩에 왔을 때 빅토리아 하버 야경을 바라보며 영화 속 장면 같다는 생각을 했는데, 피크에서 내려다보는 시각은 또 다른 압도감이 있었습니다.
야경을 다 보고 나서는 침사추이 스타거리 쪽 노천 바에서 맥주 한 잔을 마시는 것으로 마무리했습니다. 재즈 라이브가 9시 반쯤 시작하는 곳이 있는데, 야경 보고 라이브 듣고 맥주 마시는 이 루트가 1박 2일 마지막 밤을 마무리하는 데 거의 완벽합니다.
홍콩은 1박 2일이라는 짧은 시간에도 강한 인상을 남기는 도시입니다. 10년 전에 비해 외국인이 줄고 활기가 예전 같지 않다는 느낌은 있지만, 타이오 마을의 수상 가옥과 미슐랭 완탕면, 피크에서의 야경은 여전히 충분히 갈 이유가 됩니다. 다음 홍콩행을 계획 중이라면 옥토퍼스 카드 사전 발급과 현금 준비부터 챙기시고, 타이오행 로컬 버스와 피크트램 하차 후 15번 버스 루트를 꼭 기억해 두시길 바랍니다.
홍콩 1박 2일 실수 방지 체크리스트
- 결제: 모바일 옥토퍼스 앱은 한국에서 미리 설정하고 입국하세요.
- 현금: 미슐랭 식당도 카드 안 되는 곳이 많습니다. 최소 500 HKD 이상은 필수!
- 이동: 타이오 마을은 가성비와 뷰를 모두 잡은 로컬 버스를 강력 추천합니다.
- 야경: 피크트램 하행선 대기 줄이 길다면 고민 없이 15번 버스를 타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