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필리핀은 333년간의 스페인 식민 지배라는 역사적 상흔과 에메랄드빛 바다로 대표되는 천혜의 자연환경이 공존하는 독특한 매력을 지닌 국가입니다. 마닐라의 인트라무로스에서 시작해 팜팡가의 자이언트 랜턴 축제를 거쳐 코론섬의 절경에 이르기까지, 필리핀은 단순한 휴양지를 넘어 깊은 역사적 통찰과 문화적 체험을 선사하는 여행지로 재조명되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필리핀의 과거와 현재를 관통하는 세 가지 핵심 여행지인 인트라무로스, 코론섬, 자이언트랜턴을 통해 이 나라가 지닌 입체적인 정체성을 탐구합니다.
인트라무로스, 스페인 식민 역사의 살아있는 증거
필리핀이라는 국명은 스페인 국왕 펠리페 2세의 이름에서 유래했습니다. 스페인이 필리핀을 상업적 요충지로 삼아 정복한 후 333년 동안 지배하면서 만든 거대한 성채 도시가 바로 인트라무로스입니다. 성벽 안쪽이라는 뜻을 가진 이곳은 필리핀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상징적 공간으로, 우리나라의 경주처럼 현지인들이라면 반드시 방문해야 하는 역사 도시로 알려져 있습니다.
인트라무로스의 대표 유적 중 하나는 1571년 대나무와 야자나무로 건축된 산 아구스틴 성당입니다. 이후 여러 차례 화재와 지진을 겪으며 재건 과정에서 내진 설계가 적용되어 마닐라에서 가장 오래된 석조 성당이 되었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에는 일본군이 점령하여 감옥으로 사용하기도 했던 이곳은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있으며, 성당 자체가 필리핀의 역사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고 평가받습니다.
건너편에는 스페인어로 마닐라의 집이라는 뜻을 가진 카사 마닐라가 있습니다. 16세기에서 19세기 스페인 상류층들의 생활 모습을 엿볼 수 있는 공간으로, 스페인 주택 특유의 안뜰인 파티오에는 작은 분수가 있어 평화롭고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이러한 건축 양식과 문화유산을 통해 방문객들은 과거 스페인 식민지 시절의 흔적을 생생하게 체험할 수 있습니다.
마닐라 대성당은 인트라무로스에서 가장 아름다운 건축물로 꼽히며 현지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성당입니다. 16세기 스페인의 영향을 받아 세워진 이곳은 필리핀 가톨릭의 상징이 되었으며, 섬세한 스테인드글라스로 이루어진 내부는 그 자체로 예술 작품이라 할 만합니다. 여섯 번의 화재와 지진, 그리고 일본군의 폭격을 겪고도 재건된 성당은 기적의 성당이라 불립니다. 허가된 총기 소지가 합법인 필리핀의 특성상 관광지나 쇼핑몰 등에서 안전을 대비해 가방 검사를 시행하는데, 이는 현지의 독특한 안전 시스템을 보여주는 단면입니다.
| 유적지명 | 건립연도 | 주요특징 | 역사적의의 |
|---|---|---|---|
| 산 아구스틴 성당 | 1571년 | 마닐라 최고(最古) 석조 성당 |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
| 카사 마닐라 | 16~19세기 | 스페인 상류층 주택 재현 | 식민지 생활상 전시 |
| 마닐라 대성당 | 16세기 | 섬세한 스테인드글라스 | 필리핀 가톨릭의 상징 |
인트라무로스 북서쪽에는 1593년 스페인 점령 당시 초대 필리핀 총독 미겔 로페스 데 레가스피가 파시그강 하구가 내려다보이는 전략적 요충지에 만든 산티아고 요새가 있습니다. 시대를 거치며 미국 육군 본부가 되기도 했고 일본군의 감옥으로 쓰인 적이 있어 많은 필리핀 사람이 목숨을 잃은 곳입니다. 스페인 식민지 시대 당시 요새 안으로 필리핀인들의 출입은 철저히 통제되었으며, 노동을 위한 인원만 들어왔을 뿐 저녁이 되면 모두 성문 밖으로 쫓겨났습니다. 정복자들만을 위한 요새였던 것입니다.
이곳에는 필리핀의 국민 영웅 호세 리잘의 마지막 발자취가 남아 있습니다. 그는 필리핀 민족 동맹을 결성해 스페인에 저항한 인물로, 우리나라의 안중근 의사와 같은 존재입니다. 조각가이자 화가였으며 다재다능한 인물이었던 호세 리잘은 사형 선고를 받고 이곳에 수감되었습니다. 1896년 12월 30일 오전 7시 3분경 바궁 바얀, 현재의 루네타에서 처형되기 전 그는 자신의 조국과 국민들을 위해 한 편의 시를 남겼습니다. 마지막 인사라는 이 시는 여러 나라 언어로 번역되어 전시되고 있으며, "잘리거라 사랑하는 나의 조국 사랑받는 태양의 고향이여 동방바다의 진주 잃어버린 우리의 에덴동산이여 너를 위하여도 너의 행복을 위하여도 이 한 목숨 바치리라"는 구절은 독립을 향한 민족의 열망을 담고 있습니다. 필리핀의 독립은 그가 떠난 지 2년 후에 이루어졌습니다.
팜팡가 자이언트 랜턴 축제, 빛으로 전하는 전통의 향수
마닐라에서 한 시간 반 거리에 있는 팜팡가 지역의 산페르난도에서는 매년 독특한 전통 축제가 열립니다. 바로 자이언트 랜턴 페스티벌입니다. 필리핀에서는 종이와 대나무로 만든 전등갓을 스페인어에서 유래된 파롤이라 부르는데, 크리스마스가 되면 대형 파롤을 만들어 축제를 즐기는 전통이 있습니다.
이 축제는 전기가 팜팡가 산페르난도 지역에 처음 들어온 1931년 제1회 축제가 개최되었습니다. 그 후 매년 약 5천 개의 전구가 들어간 4m에서 6m 대형 전광판을 만들어 형형색색의 빛을 표현합니다. 11개 팀이 참전하며, 아홉 개의 팀은 각각 9분 동안 랜턴쇼를 펼치게 됩니다. 심사위원들은 점수를 매긴 후 다음 날부터 전국을 돌며 자이언트 랜턴을 전시하고 21일 후 승자를 발표합니다.
축제가 시작되면 자이언트 랜턴에서 화려하고 기하학적인 분양의 빛이 쏟아져 나옵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아홉 개 지역의 모든 자이언트 랜턴이 예전 아날로그 방식 그대로 빛을 낸다는 것입니다. 이는 디지털 기술이 발달한 현대에도 전통 방식을 고수하는 필리핀의 문화적 자부심을 보여주며, 오히려 옛 향수를 불러일으키면서 관객들을 더욱 집중하게 만드는 효과를 냅니다. 1990년대부터 지속된 이 축제는 지역 주민들과 관광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며 팜팡가를 빛의 도시로 각인시키고 있습니다.
축제의 열기는 단체전으로 이어지며 더욱 달아오릅니다. 여러 바랑가이(지역구)가 참여하여 자신들의 랜턴을 선보이며 지역 공동체의 활기와 자부심을 표현합니다. 이러한 축제는 단순히 관광 상품을 넘어 필리핀의 크리스마스 전통과 공동체 문화를 보존하고 전승하는 중요한 문화유산입니다.
코론섬과 자연 그대로의 비경 체험
마닐라에서 비행기를 타고 약 한 시간을 날아 필리핀 남서부 팔라완 북부에 위치한 코론에 도착합니다. 얼마 전까지 이곳은 필리핀 사람들에게 꿈의 여행지로 꼽히는 곳이었으나, 유명한 유럽 여행잡지에서 세계 10대 뷰로 선정되면서 여러 나라에서 찾아오는 여행객들이 많아졌습니다. 50여 개의 섬들로 이루어진 코론은 그중에서도 코론섬이 아름다운 풍경 때문에 세계 자연 유산으로 등록되었습니다.
배가 출발한 지 30분쯤 지나 코론섬에 도착하면 첫 번째 여행지인 카양간 호수를 만날 수 있습니다. 그곳에 가려면 산을 하나 넘어야 하는데, 올라가는 길이 만만치 않습니다. 하지만 고생 끝에 높게 솟은 석회암 봉우리들 사이에 자리한 카양간 호수가 나타나면 모든 피로가 사라집니다. 3년 연속 필리핀에서 가장 깨끗한 호수로 뽑혔다는 카양간 호수는 석회암 봉우리들 사이로 민물이 흘러들어 깨끗함을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두 번째 행선지로 가는 길에는 짙푸른 바다 위에 마치 누군가 조각해 놓은 것 같은 석회암 암석들이 떠 있습니다. 그 모습이 모두 제각각이며, 석회암 암석들 사이에는 나무가 자라고 있어 어떻게 저곳에 뿌리를 내렸는지 신기할 따름입니다. 석회암 봉우리를 사이에 두고 양쪽으로 펼쳐진 트윈 라군에 도착하면 카누를 타고 두 번째 라군으로 가면서 아름다운 코론섬의 풍경을 즐길 수 있습니다.
기암석이 잔잔한 바다를 감싸고 있는 듯한 이곳에는 첫 번째 라군으로 통과하는 공간이 있습니다. 하지만 물이 차올라 통과할 수 없는 경우도 있는데, 이는 간조 때문입니다. 만조 때는 같은 길로 돌아갈 수 있지만, 간조 때는 다시 왔던 길을 따라 돌아가야 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예상치 못한 상황도 여행의 일부로 받아들이며 즐길 수 있는 여유가 코론 여행의 매력입니다.
| 관광지 | 특징 | 체험내용 |
|---|---|---|
| 카양간 호수 | 3년 연속 필리핀 최고 청정 호수 | 산 트레킹 후 호수 감상 |
| 트윈 라군 | 석회암 봉우리 사이 쌍둥이 석호 | 카누 타기 및 조수간만 체험 |
| 다라 폭포 | 높이 14m, 현지인 명소 | 물놀이 및 다이빙 체험 |
코론섬에서는 또 다른 스릴 넘치는 체험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로프를 엮어 만든 거미줄 모양의 높이 15m 구조물에 올라가 보는 체험인데, 한 발짝 한 발짝 앞지르면서도 스릴 넘치는 구간을 통과하는 것은 용기와 균형 감각을 시험하는 짜릿한 경험입니다.
탄나이 지역에는 자연 그대로를 만날 수 있는 유명한 폭포가 많습니다. 그중 다라 폭포는 현지인들이 많이 찾는 폭포로 유명합니다. 100페소, 우리 돈 약 2,500원을 내면 하루 종일 폭포를 즐길 수 있습니다. 계곡물을 따라 올라가면 깊은 숲 속에 숨겨진 높이 14m의 다라 폭포가 나타납니다. 다라는 필리핀의 공식 언어인 타갈로그어로 흐르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곳은 외국인보다 현지인들이 주로 찾는 숨겨진 명소로,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물속으로 뛰어내리며 즐기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필리핀의 드라마나 광고 배경이 되는 단골 촬영지이기도 합니다.
코론 시내로 돌아와 코론 앞바다 전경을 볼 수 있는 전망대에 오르는 것은 코론 여행의 하이라이트입니다. 전망대까지는 총 720개의 계단을 올라야 하는데, 하루 종일 신나게 다녔다면 계단 하나하나 올라서는 게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일몰을 보려면 서둘러야 합니다. 720번째 계단에 도착하면 힘들긴 했지만 코론에 와서 이곳에 안 올라왔다면 후회했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노을과 함께 이번 여정의 마지막을 사진으로 남기는 순간은 육체적 고단함을 보상받는 여행의 카타르시스를 선사합니다.
필리핀이 단순히 저렴한 휴양지가 아니라 역사적 깊이와 문화적 다양성, 그리고 압도적인 자연경관을 모두 갖춘 입체적 여행지임을 이번 여정은 분명히 증명했습니다. 인트라무로스에서 만난 식민 지배의 아픔과 호세 리잘의 숭고한 희생정신, 팜팡가에서 목격한 전통 축제를 이어가는 공동체의 활기, 그리고 코론섬에서 경험한 세계 10대 뷰의 압도적인 비경은 필리핀의 다채로운 매력을 균형 있게 보여주었습니다. 이는 여행이 단순한 즐거움을 넘어 한 민족의 정신과 문화를 마주하는 숭고한 과정임을 깨닫게 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FAQ)
Q. 인트라무로스 관광 시 주의할 점은 무엇인가요?
A. 인트라무로스는 역사적 유적지이므로 경건한 태도로 관람하는 것이 좋습니다. 특히 마닐라 대성당이나 산 아구스틴 성당 같은 종교 시설에서는 단정한 복장을 착용하고, 입구에서 가방 검사가 있으니 여유 있게 도착하는 것이 좋습니다. 산티아고 요새를 포함한 전체 코스를 돌아보려면 최소 반나무 이상 시간을 확보하시기 바랍니다.
Q. 팜팡가의 자이언트 랜턴 축제는 언제 열리나요?
A. 자이언트 랜턴 페스티벌은 매년 크리스마스 시즌에 맞춰 개최됩니다. 1931년부터 시작된 이 축제는 산페르난도 지역의 대표적인 연례행사로, 약 5천 개의 전구가 들어간 대형 랜턴이 아날로그 방식으로 빛을 발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11개 팀이 참가하며 각 팀은 9분간 랜턴쇼를 펼칩니다. 정확한 일정은 현지 관광청 웹사이트나 공식 SNS를 통해 확인하시는 것을 권장합니다.
Q. 코론섬 여행 시 준비물과 비용은 어느 정도인가요?
A. 코론섬 투어는 일반적으로 아일랜드 호핑 투어 형태로 진행되며, 카양간 호수, 트윈 라군 등을 포함합니다. 선크림, 수영복, 방수가방, 간단한 간식 등을 준비하는 것이 좋습니다. 카양간 호수까지는 산을 넘어야 하므로 편한 운동화가 필수입니다. 다라 폭포 입장료는 100페소(약 2,500원)로 저렴하며, 코론 전망대는 720개의 계단을 올라야 하므로 체력을 안배하여 일몰 시간에 맞춰 도착하시기 바랍니다.
Q. 필리핀 여행 시 안전은 어떤가요?
A. 필리핀은 허가된 총기 소지가 합법인 국가로, 주요 관광지나 쇼핑몰 입구에서 가방 검사를 시행합니다. 이는 안전을 위한 예방 조치이므로 불편하더라도 협조하는 것이 좋습니다. 일반적인 관광지는 안전한 편이지만, 귀중품 관리에 유의하고 야간에는 인적이 드문 곳을 피하는 기본적인 안전 수칙을 지키시기 바랍니다.
[출처]
영상 제목/채널명: KBS다큐 https://www.youtube.com/watch?v=2r2USrX0Xk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