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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송클라 여행 (올드타운, 탕구안 힐, 사밀라 해변)

by 창고를지키는냥 2026. 4. 15.

태국 송클라 여행 (올드타운, 탕구안 힐, 사밀라 해변)
태국 송클라 여행 (올드타운, 탕구안 힐, 사밀라 해변)

솔직히 저는 송클라라는 도시 이름을 이번 여행 전까지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었습니다. 핫야이까지는 알았어도, 거기서 50분 더 가면 이런 곳이 있다는 걸 전혀 몰랐습니다. 그냥 우연히 알게 됐고, 별 기대 없이 갔다가 오히려 이번 태국 일정에서 가장 마음에 남는 곳이 되어버렸습니다.

핫야이 로뚜 터미널에서 송클라까지, 이동부터 달랐습니다

핫야이 시내에서 송클라로 이동할 때 처음에는 버스를 탈 생각이었습니다. 그런데 직접 가보니 대형 버스가 아닌 로뚜터미널이었습니다. 여기서 로뚜란 미니밴 형태의 합승 교통수단으로, 태국 지방 도시 간 이동에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대중교통 방식입니다. 우리나라 고속버스 개념과 비슷하지만 훨씬 소규모이고, 정류장이 따로 없이 기사와 승객이 즉흥적으로 맞추는 경우도 많습니다.

터미널에 도착하자마자 출발 직전인 차를 찾았고, 물어보지도 않았는데 "송클라 가냐?"라고 먼저 물어봐 줬습니다. 요금은 35바트, 우리 돈으로 3,500원 남짓이었습니다. 한국에서 한 시간 이동하면 만 원은 기본인데, 그 금액이 너무 인상적이었습니다. 자리를 채우면 바로 출발하는 구조라 타이밍도 딱 맞아떨어졌습니다.

제가 직접 겪어보니 이 구간 이동 자체가 여행의 시작점이었습니다. 같은 송클라주에 속해 있으면서도 핫야이와는 분위기가 완전히 달랐습니다. 더 한적하고, 공기 자체가 달랐습니다. 창밖 풍경이 바뀌는 걸 보면서 점점 설렜습니다.

태국 국가관광청에 따르면 송클라는 인구 약 13,000~15,000명의 소도시로, 태국 관광 공식 루트에서 벗어난 비공개 추천 명소로 분류되어 있습니다(출처: 태국 국가관광청). 대규모 관광 인프라가 개발되지 않았기 때문에 외국인 여행자 비율이 극히 낮고, 중국계 태국인이나 말레이시아에서 넘어오는 방문객이 대부분을 차지합니다.

송클라 올드타운과 탕구안 힐, 현지 그 자체였습니다

숙소에 짐을 풀고 처음 나선 곳은 올드타운이었습니다. 좁은 블록들이 이어지는 구조였는데, 제 예상과 달리 단순히 하나의 골목길이 아니라 여러 블록이 복합적으로 연결된 형태였습니다. 이 구조를 도심 재생 맥락에서 보면 이른바 커뮤니티 헤리티지 존이라 부를 수 있습니다. 커뮤니티 헤리티지 존이란 주민들이 실제로 생활하면서 역사적 건축물과 문화를 함께 보존하는 생활형 구시가지를 의미합니다.

올드타운을 걷는 내내 관광객을 단 한 명도 마주치지 않았습니다. 사진을 찍는 분들이 소수 보이긴 했는데, 그조차도 대부분 현지인이거나 인근 도시에서 온 태국 사람들이었습니다. 건물 벽면에는 고양이 그림이나 지역 지도 형태의 벽화가 가득했고, 아직도 길 한쪽에서 미싱으로 작업하시는 분도 계셨습니다. 그게 연출이 아닌 실제 삶이라는 게 느껴졌습니다.

다음 날에는 탕구안 힐을 올라갔습니다. 숙소 앞에서 산 꼭대기를 올려다봤을 때 황금 첨탑이 보였고, 검색해 보니 그곳이 송클라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최고의 전망 포인트라고 했습니다. 걸어 올라갈 생각이었는데, 리프트가 있었습니다. 리프트 요금은 왕복 60바트. 대각선으로 올라가는 케이블카 방식이었고, 3분이면 정상에 닿았습니다.

올라가자마자 탄 게 다행이다 싶었습니다. 시뷰 쪽과 시티뷰 쪽이 나뉘어 있었는데, 두 쪽 모두 생각보다 훨씬 압도적이었습니다. 특히 호수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바다와 맞닿아 있는 송클라 레이크가 그대로 내려다보였습니다. 여기서 송클라 레이크란 태국에서 가장 큰 천연 내수면 수계로, 호수가 남쪽 끝에서 타이만과 연결되는 독특한 지형적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얼핏 보면 영락없이 바다처럼 보이지만, 엄밀히는 기수호(汽水湖)에 가까운 환경입니다. 기수호란 바닷물과 민물이 섞이는 지역으로, 독특한 생태계가 형성되는 구역을 말합니다.

탕구 안 힐에서 이런 지형을 직접 눈으로 확인했을 때 괜히 지리 수업을 듣는 것 같아서 묘하게 재미있었습니다.

사밀라 해변에서 깨달은 것들

탕구 안 힐에서 내려오는 방향에 사밀라 해변이 있었습니다. 태국에서 가장 깨끗한 바다 중 하나로 알려진 곳인데, 제가 직접 가서 보니 그 표현이 과장이 아닌 것 같았습니다.

다만 솔직히 말하면 바닷물 색깔 자체가 내가 기대했던 에메랄드빛은 아니었습니다. 근처에서 보면 투명도가 바로 눈에 확 들어오지는 않고, 조금 더 먼 쪽으로 나가야 색이 살아납니다. 그것보다 인상적이었던 건 해변의 분위기였습니다. 여름 피크 시즌에도 사람이 드문드문 있어서 돗자리 깔아 놓고 드러눕는 분들만 보였습니다. 이 해변에서의 경험을 설명할 때 자주 쓰이는 개념이 언터치드 비치입니다. 언터치드 비치란 과도한 관광 개발 없이 원래 해안선의 형태와 자연 생태가 보존된 해변을 의미하며, 사밀라 해변은 이 기준에 상당히 부합하는 곳이었습니다.

해변에서 코코넛 하나를 사서 마셨는데, 이게 예전에 어디서 맛없는 걸 한 번 먹고 나서 오랫동안 쳐다도 안 봤던 것이었습니다. 이번에 다시 먹어보고 나서야 알았습니다. 그때가 별로였던 거지, 코코넛 자체가 별로가 아니었다는 걸요. 첫 경험이 전체를 규정하게 두면 안 되는 이유를 사밀라 해변 앞 노점에서 새삼 느꼈습니다.

저녁으로는 현지 식당에서 해산물 요리를 먹었습니다. 찹쌀밥에 마늘 플레이크를 얹어주는 방식인데, 이 조합이 너무 잘 맞았습니다. 두 메뉴에 7,000원도 안 나왔습니다.

송클라에서 꼭 챙겨볼 포인트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핫야이 로뚜 터미널에서 탑승, 35바트(약 3,500원)으로 약 1시간 이동
  • 탕구 안 힐 케이블 리프트(왕복 60바트)로 전망 감상 — 송클라 레이크 조망 포함
  • 송클라 올드타운 골목길 블록 단위로 자유 탐방
  • 사밀라 해변 도보 산책 및 해변 노점 코코넛 체험
  • 현지 식당에서 해산물 요리 — 영어 메뉴판 없는 경우가 많으니 사진 번역 앱 필수

태국 관광 통계를 보면 외국인 방문객의 85% 이상이 방콕, 푸켓, 치앙마이 등 주요 거점에 집중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출처: 태국 국가관광청). 송클라처럼 알려지지 않은 소도시는 그 통계 바깥에 있는 셈입니다.

결국 이번 송클라 여행은 화려한 리조트도, 유명 관광지도 없었지만 그래서 더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번잡한 휴양지에 지쳐 있거나, 진짜 태국 남부의 결을 느끼고 싶다면 핫야이에서 로뚜 한 번만 더 타면 됩니다. 3,500원짜리 그 이동이, 생각보다 훨씬 멀리 데려다 줄 겁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Kwzo1DoVL9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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