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왕복 40만 원에 미국 직항이 가능하다는 말을 들으면 대부분 "사기 아냐?"라고 의심합니다. 저도 처음엔 그랬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스카이스캐너를 뒤지다 보니 시애틀 노선은 생각보다 자주 40~60만 원대 특가가 풀린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저는 하와이안 항공 왕복 티켓을 40만 원대에 구매했고, 8시간 비행 끝에 시애틀에 도착해 파이크 플레이스 마켓의 조개 차우더 한 그릇에 행복해하며 이 도시를 온몸으로 체감했습니다. 시애틀은 화려한 뉴욕이나 LA와 달리 회색빛 하늘 아래 잔잔한 매력이 흐르는 도시였고, 치안 문제와 물가 체감도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던 여행이었습니다.
왕복 40만 원 하와이안 항공 후기와 입국 심사 팁
하와이안 항공은 저비용 항공사가 아닌 풀서비스 캐리어(FSC)입니다. 여기서 FSC란 기내식, 수하물, 좌석 배정 등이 기본요금에 포함된 항공사를 의미합니다. 저는 인천-시애틀 직항 8시간 동안 베개와 담요를 받았고, 첫 번째 기내식은 파스타와 오이김치라는 독특한 조합의 기내식이 생각보단 나쁘지 않았고 두 번째 기내식은 오믈렛이었는데 정말 맛이 없어서 과일 몇 개만 먹고 덮었습니다. 좌석 간격은 엄청 넓진 않았지만, 키 160cm인 제 기준으로는 다리를 충분히 뻗을 수 있을 정도였습니다. 난기류가 심한 날이었음에도 멜라토닌 젤리 두 개로 기절하듯 잠들어 눈 떠보니 시애틀 공항이었습니다. 그래도 왕복 40만 원대 가격을 생각하면 충분히 만족스러운 비행이었습니다.
제 경험상 이 가격대 항공권은 비수기에만 나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2024년 기준 시애틀 항공 수요는 11월부터 3월까지 감소하는 경향을 보이는데, 바로 이 시기를 노리면 훨씬 저렴하게 미국 직항을 잡을 수 있습니다. 단, 겨울철 시애틀은 기온이 5~7도까지 떨어지고 비가 자주 오니 외투는 필수입니다.
입국 심사는 생각보다 간단했습니다. 심사관이 물어본 질문은 다음과 같습니다.
- 며칠 동안 머무르는가?
- 캐나다에 갈 계획이 있는가?
- 친구가 있는가?
- 돈은 충분히 가지고 있는가?
저는 "3,000달러 정도 있다"고 답했고, 바로 통과됐습니다. 미국 입국 심사에서는 체류 자금을 중요하게 봅니다. 실제로 현금을 그만큼 들고 있지 않아도 신용카드 한도나 예금 잔액을 합쳐 "충분하다"는 인상을 주는 것이 핵심입니다. 공항에서 시내까지는 링크 라이트레일을 이용했습니다. 링크 라이트레일이란 시애틀-타코마 국제공항과 시내를 연결하는 경전철 노선으로, 약 40분 만에 다운타운까지 도착할 수 있습니다. 교통카드는 역 내 자동발매기에서 영어 울렁증이 있어도 터치만으로 쉽게 구매할 수 있었습니다.
파이크 플레이스 마켓, 시애틀의 진짜 매력을 느끼다
시애틀에서 가장 먼저 향한 곳은 파이크 플레이스 마켓이었습니다. 공항에서 링크라는 경전철을 타고 시내까지 이동했는데, 교통카드 구매도 터치스크린 방식이라 영어 못하는 저도 쉽게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여기서 링크란 시애틀 메트로폴리탄 지역을 연결하는 경전철 노선으로, 공항에서 도심까지 약 40분 정도 소요됩니다.
마켓에 들어서니 신선한 해산물과 과일, 꽃다발을 파는 상점들이 빼곡하게 들어차 있었습니다. 특히 꽃다발 가격이 20달러 정도인데, 한국에서 비슷한 구성이면 3만 원 후반대는 넘기거든요. 제가 평소 꽃다발을 자주 사는 편인데, 이 정도 가격이면 충분히 합리적이라고 느꼈습니다. 애플 사이더를 파는 가게에서는 다양한 맛을 시음할 수 있었는데, 최종적으로 체리 맛을 골랐습니다. 11달러였지만 그 진한 체리 향과 달콤함은 충분히 값어치를 했습니다.
이곳에서 꼭 먹어봐야 할 음식이 있습니다. 바로 파이크 플레이스 차우더입니다. 클램 차우더란 조개와 감자, 크림을 넣어 끓인 걸쭉한 수프로, 시애틀의 대표 음식 중 하나입니다. 저는 빵 그릇에 담긴 비주얼보다는 컵에 따로 담아달라고 했는데, 이게 정답이었습니다. 빵이 눅눅해지는 게 싫어서였는데, 따로 찍어 먹으니 훨씬 맛있더라고요.
가격은 10달러였는데, 조개살이 정말 많이 들어있고 국물 맛이 진해서 충분히 만족스러웠습니다. 다만 미국 음식 특성상 짜기 때문에 물을 함께 마시는 걸 추천합니다. 마켓 곳곳에는 비위 안 좋은 사람은 피하라는 '껌 벽'도 있는데, 관광객들이 씹은 껌을 벽에 붙여놓은 곳입니다. 가까이서 보면 비위가 상하지만 멀리서 보면 묘하게 예술적인 느낌도 들어요.
시애틀 차이나타운, 치안은 정말 괜찮을까?
솔직히 이 부분이 가장 중요합니다. 저는 차이나타운 안에 있는 호스텔에 묵었는데, 첫날부터 불안감을 느꼈습니다. 숙소 주변을 10분 정도 걸었는데 홈리스가 많이 보였고, 마약 냄새까지 나더라고요. 낮에도 카메라를 꺼내기 겁날 정도였으니 밤에는 말할 것도 없었습니다.
실제로 2024년 시애틀 범죄 통계를 보면 차이나타운 일대는 도심 평균 대비 약 1.8배 높은 범죄율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특히 3번가 인근은 약물 관련 사건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지역으로 분류되어 있어, 숙소를 정할 때 이 점을 꼭 고려해야 합니다.
제가 묵은 호스텔은 이틀에 93달러로 가격은 괜찮았지만, 낮에도 주변이 불안했던 게 사실입니다. 한번은 숙소에서 쉬고 있는데 밖에서 남자가 소리를 지르며 유리창을 깨는 소리가 들렸어요. 그 순간 정말 놀라서 잠이 완전히 달아났습니다. 만약 시애틀에서 숙소를 정하신다면 차이나타운보다는 벨타운이나 캐피톨 힐 쪽을 추천드립니다. 조금 비싸더라도 안전이 우선이니까요.
시애틀 중앙 도서관에도 들렀는데, 건축미는 훌륭했지만 여기에도 홈리스들이 꽤 보였습니다. 국립 도서관이라 제재를 하지 않는 것 같았는데, 책 보러 온 사람과 노숙자 비율이 반반인 느낌이었어요. 화장실도 깨끗하고 조용해서 낮잠 자기에는 딱이겠더라고요. DVD 대여 코너도 있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이미 사라진 것들이 시애틀에는 아직 남아있어서 신기했습니다.
저녁에는 베트남 쌀국수 전문점 '포 발'에 갔습니다. 스몰 사이즈가 15달러였는데, 베트남에서는 5,000원이면 먹을 수 있는 걸 생각하면 비싸긴 했지만 국물 맛은 정말 베트남 현지 그대로였습니다. 팁까지 포함하니 총 24,000원 정도 나왔는데, 시애틀 물가를 체감하는 순간이었습니다.
시애틀을 돌아본 제 결론은 이렇습니다. 시애틀은 하루 정도면 주요 명소를 충분히 둘러볼 수 있는 도시입니다. 화려한 뉴욕이나 LA를 기대하고 오면 실망할 수 있지만, 미국 여행이 처음이고 조금 더 안전하고 조용한 분위기를 원하신다면 입문 도시로 괜찮습니다. 다만 숙소 선택은 신중하게 하시고, 차이나타운 일대는 가급적 피하시는 게 좋습니다.
한 가지 꿀팁을 더 드리자면, 시애틀에서 버스로 3시간 거리에 있는 밴쿠버를 함께 여행하는 루트를 추천드립니다. 밴쿠버 직항은 왕복 80만 원이 넘는데, 시애틀 직항은 40만 원대니까 항공료를 거의 절반으로 줄일 수 있습니다. 플릭스버스나 암트랙을 미리 예약하면 20~30달러 정도로 국경을 넘을 수 있고, 캐나다 전자여행허가만 미리 받아두시면 됩니다. 국경을 넘는 과정 자체가 또 하나의 여행이 될 수 있으니, 시간 여유가 있다면 꼭 시도해 보시길 바랍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yYvYy4-rQs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