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솔직히 저는 선양이라는 도시를 그다지 주목하지 않았습니다. 대부분의 여행자들이 베이징이나 상하이로 향할 때, 동북 3성의 중심이라는 선양은 어딘지 모르게 뒷전으로 밀려나 있었죠. 하지만 직접 발을 디디고 나니 이 도시는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입체적이었습니다. 대형 쇼핑몰 조이시티에서 만난 본토 음식의 진가, 중지거리 야시장의 활기, 그리고 코리아타운 서탑거리의 묘한 동질감까지. 선양은 화려한 관광지라기보다 묵묵히 자신의 자리를 지켜온 역사의 산증인 같은 곳이었습니다.
조이시티 맛집에서 만난 선양의 진짜 맛
일반적으로 중국 현지 음식은 관광객 입맛에 맞지 않는다고 알려져 있지만, 제 경험상 선양의 조이시티에서 먹은 생선찜은 그런 편견을 완전히 깨버렸습니다. 공항에서 택시를 타고 호텔로 향하던 중, 기사님이 추천해 주신 곳이 바로 이 쇼핑몰이었습니다. A홀, B홀, C홀로 나뉘어 있을 정도로 규모가 어마어마했는데, 저는 사전에 미리 확인하고 갔습니다. 이전 여행에서 길을 잘못 들어 시간을 낭비했던 경험이 있어서, 이번에는 실수하지 않으려고 꼼꼼하게 체크했죠.
생선찜 전문점에 들어서자 직원이 매우 친절하게 맛을 설명해줬습니다. 산미가 있는 새콤달콤한 맛, 약간 매운맛, 그리고 특별히 매운맛까지 세 가지 옵션이 있었는데, 저는 한국인답게 가장 매운맛을 선택했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전혀 맵지 않더군요. 오히려 리치가 올라간 소스가 달콤하면서도 감칠맛이 나서, 대련에서 먹었던 리치 요리와는 차원이 달랐습니다. 제일 작은 사이즈를 주문했는데도 1.2kg 정도 되는 양이었고, 버섯을 추가해서 179위안, 한화로 약 36,000원 정도 나왔습니다. 중국 물가 치고는 제법 나온 셈이지만, 맛과 양을 생각하면 충분히 가성비가 좋았습니다.
제가 인상 깊었던 건 단순히 맛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조이시티라는 공간 자체가 현지인들의 생활 속 쇼핑몰이면서도, 여행자들이 편하게 접근할 수 있는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고덕지도가 최근 영어 서비스를 지원하기 시작하면서 길 찾기가 한결 수월해졌고, 덕분에 낯선 도시에서도 헤매지 않고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다만 중국인들에게 영어 지도를 보여주면 "캄부동(모르겠다)"이라는 반응이 돌아오는 경우가 많아서, 이 부분은 아직 개선이 필요해 보였습니다.
중지거리 야시장과 서탑 코리아타운의 두 얼굴
저녁 식사 후 향한 곳은 중지거리 야시장이었습니다. 솔직히 이곳을 찾아가는 과정은 쉽지 않았습니다. 지도상으로는 분명히 야시장 구역이 표시되어 있었는데, 막상 도착해보니 아무것도 없는 허허벌판 같은 곳이었거든요. 한참을 헤매다가 조이시티 반대편으로 걸어가니 그제야 붉은 조명과 함께 사람들로 붐비는 거리가 나타났습니다. 제가 예상했던 것처럼 양쪽으로 노점이 빼곡한 구조는 아니었지만, 현지인들이 가족 단위로 나와 음식을 즐기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중지거리에서 저는 찢어 먹는 닭뼈 요리를 처음 맛봤습니다. 사람들이 줄을 길게 늘어서 있길래 호기심에 저도 따라 섰는데, 2,700원 정도로 가격도 부담스럽지 않았습니다. 닭을 꾹 눌러서 칼로 잘게 썰어주는 방식이었는데, 매운맛으로 주문했는데도 전혀 맵지 않더군요. 소스가 달콤하면서도 감칠맛이 있어서, 길거리 음식 치고는 수준급이었습니다. 일반적으로 중국 야시장은 위생 문제로 꺼리는 분들이 많지만, 제가 본 선양의 중지거리는 생각보다 깨끗하고 정돈된 편이었습니다.
야시장을 빠져나와 걸어가다 보니 자연스럽게 서탑거리로 이어졌습니다. 이곳은 선양 최대 규모의 코리아타운으로, 한국어 간판이 즐비하고 거리 곳곳에서 김치찌개와 고기 굽는 냄새가 풍겼습니다. 제가 방문했을 때는 평일 저녁이라 그런지 생각보다 사람이 많지 않았지만, 연길 냉면과 꿔바로우를 파는 식당들은 여전히 성업 중이었습니다. 타지에서 느끼는 긴장이 한순간에 녹아내리는 기분이었죠. 동북 3성의 중심지답게 물가가 저렴해서, 신선한 식재료를 활용한 요리를 부담 없이 즐길 수 있었습니다.
다만 제가 아쉬웠던 점은 호텔이었습니다. 체크인을 하고 방에 들어갔을 때 창문이 복도를 향해 있더군요. 말 그대로 복도 뷰였습니다. 예약할 때는 그런 옵션에 대한 안내가 전혀 없었는데, 갑자기 창문 있는 방으로 바꾸려면 22위안을 추가로 내라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결국 항의 끝에 무료로 방을 바꿔줬지만, 이런 부분은 사전에 명시되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게다가 냉장고도 없고 드라이기는 옷장 안에 세워져 있는 등, 기본적인 어메니티가 부족했습니다. 중국 저가형 숙소의 표준 모델이라고는 하지만, 여행자 입장에서는 불편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작은 불편함에도 불구하고, 선양은 제게 묘한 동질감을 안겨준 도시였습니다. 선양 고궁에서 느꼈던 청나라 초기의 기개, 북릉의 평화로운 풍경, 그리고 서탑거리에서 맛본 한중 혼합 요리까지. 우리 역사와도 깊은 연관이 있는 곳이라 그런지, 여행 내내 낯선 이국땅이라는 생각보다는 숙연함이 교차했습니다. 정리하면, 선양은 화려한 볼거리를 찾는 여행지라기보다 대륙의 역사적 뿌리를 확인하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곳입니다. 만약 다시 간다면 알리페이의 공공교통 큐알 기능을 미리 설정해서, 택시 외에 지하철이나 버스를 이용해 더 완벽한 현지인 모드 여행을 시도해보고 싶습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4yvNoefdvN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