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도쿄 여행 (이노카시라 공원, 키치조지, 무계획 여행)

by 창고를지키는냥 2026. 4. 24.

도쿄 여행 (이노카시라 공원, 키치조지, 무계획 여행)
도쿄 여행 (이노카시라 공원, 키치조지, 무계획 여행)

도쿄 여행을 앞두고 계획 짜다가 지쳐버린 적 있으신가요? 저도 그랬습니다. 결국 아무것도 정하지 않은 채 출발했는데, 오히려 그게 더 잘 맞았습니다. 아이와 함께한 무계획 도쿄 2박 3일, 이노카시라 공원부터 키치조지 골목까지 직접 걸어보며 느낀 것들을 솔직하게 풀어봤습니다.

무계획 여행이 오히려 통하는 이유, 우에노에서 시작

도쿄 여행 계획을 세우다 보면 볼거리가 너무 많아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도 몇 번이나 도쿄 일정을 짜다 포기했고, 결국 그날 아침 호텔만 예약한 채 30분 만에 짐을 싸서 공항으로 향했습니다. 무계획이 불안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사실 도쿄는 동선이 잘 짜인 도시라 어디서 숙소를 잡느냐가 절반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친구 추천으로 우에노역 근처에 숙소를 잡은 건 정말 잘한 선택이었습니다. 우에노는 나리타 공항에서 출발하는 스카이라이너의 종착역 중 하나입니다. 스카이라이너란 나리타 공항과 도심을 약 41분 만에 연결하는 특급 열차로, 일반 공항버스보다 빠르고 시간 예측도 정확합니다. 교통 결절점, 즉 여러 노선이 만나는 환승 거점에 숙소를 두면 이동 효율이 크게 올라가는데, 우에노역이 딱 그런 위치입니다.

도착 첫날밤은 늦어서 편의점에 들렀다가 비가 오는 바람에 택시를 탔습니다. 늦은 시간임에도 기사님이 친절하게 호텔을 찾아주셨고, 체크인을 마치고 나서야 비로소 긴장이 풀렸습니다. 방은 사진보다 훨씬 넓고 쾌적했는데, 이런 경험은 예약 플랫폼의 이용후기 신뢰도를 새삼 실감하게 해 줬습니다. 다음 날 일정은 그날 밤 잠들기 전 30분 동안 검색해서 정했습니다.

이노카시라 공원, 도심 속 자연에서 여행의 중심을 찾다

둘째 날 아침, 눈이 부은 채로 일어나 향한 곳은 요요기우에하라역이었습니다. 이 동네는 관광지 냄새가 거의 없는 조용한 주거지역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번화한 관광지보다 이런 작은 동네를 걷는 걸 더 좋아하는데, 요요기우에하라는 그 기대를 완벽하게 충족해줬습니다.

그곳에서 들른 작은 떡집은 모든 모찌를 주문 즉시 만들어주는 방식이었습니다. 고소한 견과류 냄새가 가게 안을 가득 채웠고, 갓 구운 따끈한 모찌를 손에 들고 근처 공원 벤치에 앉았습니다. 햇살은 따뜻하고, 아이들의 웃음소리는 배경처럼 깔렸습니다. 제가 이번 도쿄 여행에서 가장 오래 기억할 장면이 있다면 바로 이 순간입니다.

이후 이동한 이노카시라 공원은 도쿄 도심에서 기차로 30분이면 닿는 무사시노시에 위치한 공원입니다. 이노카시라 공원은 도시공원의 한 형태로, 도시공원이란 도시 내 녹지를 확보하고 시민에게 휴식 공간을 제공하기 위해 지정된 공원을 의미합니다. 넓은 호수와 오래된 나무들이 어우러진 풍경은 이곳이 도쿄 한복판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만큼 평화로웠습니다.

실제로 일본 국토교통성 도시국에 따르면, 도쿄도의 1인당 도시공원 면적은 약 5.7㎡로, 서울시의 약 4.9㎡에 비해 소폭 넓은 수준입니다(출처: 일본 국토교통성). 수치만 보면 큰 차이가 아닌 것 같지만, 막상 걸어보면 체감 밀도가 확실히 다릅니다. 공원 벤치에 앉아 커피 한 잔을 홀짝이며 사람들을 구경하는 시간이 그날의 진짜 쉼표가 됐습니다.

키치조지 골목, 아기자기한 상점과 오리배 사이에서

이노카시라 공원에서 나오면 바로 키치조지 상점가로 이어집니다. 저는 높은 건물이 빽빽한 대로보다 골목골목 숨어있는 작은 가게를 구경하는 걸 훨씬 좋아하는데, 키치조지는 그런 취향에 딱 맞는 동네였습니다. 도쿄의 번화한 중심지와는 결이 다른, 살고 싶어지는 동네라는 표현이 가장 잘 어울렸습니다.

시장 골목에서는 멘치카츠를 먹었습니다. 멘치카츠란 다진 고기와 양파를 반죽해 빵가루를 입혀 튀긴 일본식 커틀릿으로, 겉은 바삭하고 안은 촉촉한 식감이 특징입니다. 줄이 길게 늘어서 있어 유명한 곳인지 바로 알 수 있었는데, 한입 먹고 나서 왜 줄을 서는지 이해했습니다.

키치조지에는 발레리나들이 자주 찾는다는 전문 의류 매장도 있었습니다. 저도 들러서 스타킹과 레깅스를 직접 사이즈를 보고 샀는데, 이런 특수 목적 전문점이 동네 골목에 자리 잡고 있다는 것 자체가 키치조지만의 개성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이와 함께 다니기에도 걸음마다 새로운 구경거리가 생겨 질리지 않는 동네입니다.

키치조지 여행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포인트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이노카시라 공원 인근 모찌 전문점: 주문 즉시 제조, 현장 취식 추천
  • 시장 골목 멘치카츠: 오전 중 방문해야 긴 줄을 피할 수 있음
  • 당고 가게: 쫄깃하고 달콤하며 짭짤한 맛, 아이도 바로 좋아함
  • 오리배 대여: 이노카시라 공원 호수에서 운영, 아이 동반 시 강력 추천
  • 발레 전문 의류 매장: 직접 사이즈 확인 후 구매 가능

아이가 예상보다 훨씬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면서, 앞으로는 좀 더 아이의 눈으로 여행지를 골라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오리배를 타며 함께 발을 구르던 그 순간은 어떤 유명 관광지보다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오모테산도와 갓포바시, 여행의 밀도를 높이는 선택들

도쿄 여행을 처음 계획할 때 많은 분들이 시부야 스크램블 교차로나 신주쿠 같은 랜드마크에만 집중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물론 저도 직접 가보니 수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교차하는 스크램블 교차로풍경은 분명히 인상적이었습니다. 스크램블 교차로란 신호가 바뀌면 차량을 모든 방향에서 동시에 정지시키고 보행자가 대각선을 포함해 어느 방향으로든 건널 수 있게 설계된 교차로 형태입니다.

하지만 제가 더 오래 머물고 싶었던 곳은 오모테산도에서 5분 거리의 미술관이었습니다. 브랜드 매장들이 늘어선 거리를 지나 도착한 미술관 정원은, 도심 속에서 자연을 마주쳤을 때 오히려 그 자연이 더 강렬하게 다가온다는 것을 다시 한번 실감하게 해 줬습니다. 전시보다 정원 산책이 더 기억에 남을 만큼, 그 여백이 좋았습니다.

지나가다 우연히 들른 디저트 가게가 알고 보니 유명한 곳이었습니다. 딸기 타르트를 한입 먹었는데,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타르트 셸의 바삭함과 생크림의 균형이 정말 절묘했습니다. 아직도 그 맛을 잊지 못합니다.

갓포바시는 호텔에서 걸어서 5분 거리였습니다. 갓포바시 도구거리는 일본 최대 규모의 주방용품 전문 상가 거리로, 조리 도구부터 제과·제빵 도구까지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곳입니다. 가게 수가 워낙 많아서 오히려 뭘 골라야 할지 모를 정도였는데, 저는 결국 나무젓가락 세트와 젓가락 받침대를 여러 개 골랐습니다. 세금 환급까지 받아 실속도 챙겼습니다.

무계획으로 출발한 도쿄였지만, 돌아오고 나서 생각해 보면 오히려 더 촘촘한 여행이었습니다. 다음 도쿄 여행을 고민 중이라면, 화려한 랜드마크보다 키치조지나 요요기우에하라 같은 작은 동네에 하루를 통째로 써보시길 권합니다.

그 동네들이 진짜 도쿄다움을 느끼게 해 줬습니다. 학창 시절 영화 한 편으로 품었던 막연한 동경을 20여 년 만에 아이 손을 잡고 걸어서 채웠다는 것이, 지금도 생각하면 따뜻합니다. 다음에는 벚꽃이 피는 계절에 다시 이노카시라 공원에 와보고 싶습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2pZzPjRsKgg


소개 및 문의 · 개인정보처리방침 · 면책조항

© 2026 블로그 이름